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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AU] 선발시험



래번클로, 네코마의 이야기




“1학년들이 온다!” 누군가가 외쳤다. 다들 창문을 열고 성 밖을 내다보았다. 신학기의 시작. 짐을 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설고 어린 꼬마들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냥터지기 해그리드는 커다란 손을 뻗어 1학년들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른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집합을 알리는 소리에 래번클로의 재학생들은 망토를 걸치고 잰걸음으로 탑을 내려왔다. 신학기를, 그리고 신입생을 맞기 위해 연회장으로 갈 시간이었다.

커다란 연회장의 하늘은 어둑했다. 짙푸른 밤하늘 위로 별 무리가 흩뿌려져 있었다. 밝은 빛으로 타오르는 수백 개의 촛불을 앞에 두고, 학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연회장의 끝에는 교수들이 앉은 긴 테이블이 놓였다. 고학년들은 여유롭게 연회의 시작을 기다렸다. 이내 동쪽 문이 열리고 작은 키의 1학년들이 들어왔다. 막 맞춘 듯 깨끗한 망토와 통통한 뺨. 종종걸음으로 들어오는 1학년들을 향해 환호가 쏟아졌다. 조그마한 1학년들 사이로 유난히 머리 하나는 큰 것 같은 남자아이가 보였다. 쿠로오는 턱을 괸 채 켄마를 향해 속닥였다.

“켄마, 쟤 좀 봐.”

켄마는 노트에서 시선을 떼고는 힐끔 남자아이를 쳐다보았다.

“크네….”

“4학년이라고 해도 믿을 거야.”

켄마는 다시 고개를 숙여 노트를 바라보았다. 하얀 노트 위로 무언가 빠르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켄마는 노트 위를 손가락으로 슥슥 문질렀다. 신학기여도 그는 여전했다. 쿠로오는 연회장 앞쪽에 마법의 모자가 놓이는 걸 보았다. 모자는 여느 때처럼 노래를 불렀다. 평화로운 시대를 경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변함없는 내용의 노래였다. 모자의 호명에 맞춰 하나씩 학생들이 앞으로 나왔다.

“리에프, 하이바!”

모자가 이름을 불렀다. 조금 전의 그 훤칠한 키의 남자아이가 휘적휘적 뛰어나왔다. 잔뜩 신이 난 얼굴이었다. 황급히 자리에 앉느라 의자를 한바탕 쓰러뜨리고 나서야, 리에프는 모자를 썼다. 낡은 마법의 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리에프의 초록색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래번클로!”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모자가 외쳤다. 세 번째 테이블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리에프는 상기된 얼굴로 테이블로 마구 뛰어왔다.

“저 녀석, 우리 기숙사로 왔네.”

쿠로오는 중얼거렸다. 켄마는 리에프를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쿠로오는 그를 향해 물었다.

“어때?”

“뭐가?”

“쟤. 리에프 말이야.”

“글쎄, 귀찮은 타입…….”

흐음. 그런가. 쿠로오는 팔을 크게 움직이며 기뻐하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활기찬 인상이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첫인상은 켄마 쪽이 더 들어맞는 편이었다. 쿠로오는 가지런한 손톱을 매만졌다. 소년은 주변 학생들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어쨌든 같은 기숙사가 되었으니 잘 지내는 편이 좋겠지. 쿠로오는 리에프에게서 신경을 돌렸다.


***


소년, 리에프가 귀찮은 타입이 될 거라는 켄마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졌다. 리에프는 누가 말하기 전에 먼저 움직였고, 빠르고 민첩했으며, 힘도 좋았다. 그가 마법약 수업 시간에 솥을 엎었다거나, 약초학 시간에 화분을 깼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금지된 숲에도, 필치의 사무실에도, 심지어는 호그스미드에도 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소문들이야 믿을 게 못 되지만, 교수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수업 시간에 자주 사고를 치는 건 맞는 모양이었다.

그것뿐만이라면 사실 귀찮다고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 정도의 장난이야 1학년들은 물론이고 고학년들도 종종 하곤 했다. 쿠로오도 그다지 모범생은 아니었기에 소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리에프가 어떻게든 퀴디치 팀에 들어오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1학년인데도 말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소년이 아무리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쭉하다고 할지라도, 1학년은 퀴디치 선수가 될 수 없었다. 리에프는 시간이 날 때마다 퀴디치 연습에 따라오곤 했다. 어느새 래번클로의 선수들은 리에프의 얼굴을 완전히 익혔다. 몇몇은 이미 친해지기도 했다. “에이스가 될 거에요!”라며 외치는 소년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가끔은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다른 선수들도 분명 그래서, 금방 친해진 거겠지. 쿠로오는 초록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따라오는 소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밀어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신장조건 같은 것도 나쁘지 않다. 쿠로오는 결국 선수가 되게 해달라는 리에프에게 말했다.

내년 있을 선발시험에 합격하면 팀에 넣어주겠다, 라고.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가을.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잎이 물드는 계절이 되돌아왔다. 쌀쌀해진 날씨에 연습장에 선 학생들은 다들 망토를 걸쳤다. 찬바람이 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한 달. 새로운 선수를 뽑을 때였다. 래번클로의 주장과 핵심멤버들은 그대로였다. 그렇지만 유능했던 몰이꾼이 한 명 빠지고, 추격꾼에도 빈자리가 생겼다. 유난히도 이번 년은 지원자가 적어서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아마도 마법교육부에서 O.W.L(표준 마법사 시험)과 N.E.W.T(고난도 마법사 시험)의 평가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한 게 이유일 터다. 고학년들은 학기 초부터 시험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쿠로는 괜찮아……?”

켄마가 빗자루를 공중에 띄우며 물었다.

“시험? 아아, 괜찮은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나한테는 이게 더 중요하니까.”

쿠로오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는 빗자루 위에 올라탔다. 올해 초에 새로 나온 신형 빗자루는 가볍게 바람을 타고 위로 날아올랐다. 쿠로오는 후보들을 차례로 세웠다.

“일단은 추격꾼부터 뽑을게. 뭐하는 지는 알지? 나랑 야마모토가 상대 팀 역을 맡을 거야. 너희는 카이랑 협력하고. 2:2 시합이라고 생각하면 돼.”

쿠로오는 공을 공중에 띄웠다. 커다란 붉은 공이 천천히 떨어졌다. 빗자루에 올라탄 2학년 생이 긴장한 얼굴로 몸을 움직였다. 4명의 선수가 빠르게 공중에서 뒤엉켰다. 한 명, 한 명 테스트가 끝날 때마다 쿠로오는 입술을 반쯤 말아 올리고는 종이에다가 무언가를 끄적였다. 때로 켄마나, 카이와 속닥이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리에프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흥분한 것 같기도 한 묘한 얼굴로 발을 구르고 있었다. 빗자루를 꽉 움켜쥐고 초록색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발갛게 상기된 뺨이 꽤 귀여웠다. 1년 사이에 정이 붙은 건지, 래번클로의 선수들은 내심 리에프가 붙었으면 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차례가 다가왔다. 빗자루에 훌쩍 올라탄 리에프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좋아, 드디어 네 차례네, 리에프. 행운을 빌어줄게.”

쿠로오는 씨익 웃으며 붉은 퀘이플을 높이 던졌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부주장인 카이가 공을 낚아챘다. “리에프, 골대로!” 그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를 갈랐다. 리에프는 빠르게 활공했다. 카이는 야마모토의 견제를 가볍게 피하고서는 리에프를 향해 공을 던졌다. 리에프는 공 쪽으로 빗자루 머리를 돌렸다. 그는 손을 뻗었다.

“어……아앗!”

붉은 가죽공은 슉, 소리와 함께 그대로 리에프를 지나쳐갔다. 떨어지는 공을 쿠로오가 붙잡았다. 리에프는 금세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는 쿠로오를 쫓았다. 쿠로오는 제 앞을 막아선 리에프를 보고는 휙, 공을 던져주었다. 그는 말했다. ‘이번에는 잘 넣어봐.’ 바람 소리에 묻혀 그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리에프는 뻐금거리는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죽공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한 바퀴 빙 돌아서 야마모토를 따돌리고는 텅 빈 골대에 공을 던져넣었다. 공은 가뿐하게 골대를 통과했다.


***


리에프는 바람으로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수습했다. 쿠로오의 머리가 왜 항상 저 모양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선수들은 한쪽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쿠로오는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지원자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카이가 입을 열었다.

“3학년의 이누오카가 몰이꾼으로 괜찮을 것 같아. 체격도 좋고.”

“동감. 정확도가 높아.”

“켄마, 추격꾼은 어때?”

“쿠로오가 정하면 된다고 생각해…….”

켄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노트로 눈을 돌렸다. 쿠로오는 지원자 명단을 훑었다. 사실은 신장이 좋은 리에프가 몰이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블러저를 거의 다 놓치는 걸 보니 무리일 것 같았다. 게다가 추격꾼 테스트에서도 퀘이플을 엄청나게 놓쳤고. 쿠로오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명단을 톡톡 두드렸다.

“리에프……로 해야 할까.”

“체격이나 센스는 좋아.”

파수꾼을 맡은 야쿠가 말했다. 그에 뒤이어 카이가 덧붙였다.

“그렇지만 수비는 엉망진창이지. 패스해주는 공은 잘 못 받더라. 일단 공을 손에 쥐기만 하면 넣는 건 곧잘 하는데 말이야.”

쿠로오도 리에프가 몇 번이고 공을 놓치는 걸 보았다. 아무리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공을 놓치면 다음 공격으로 이어질 수가 없다. 그는 한숨을 쉬며 명단을 바라보았다.


결정을 마친 선수들이 지원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다들 제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긴장으로 뒤엉킨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망하는 표정,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쿠로오는 입을 열었다.

“몰이꾼은 3학년의 이누오카 소우. 그리고 추격꾼은,”

그는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얇은 입술이 꾸욱 눌려서, 유난히 돋보였다.

“-하이바 리에프.”

그 말이 떨어지고 리에프는 잠깐 멍한 얼굴이었다. 그 표정이 풀어지더니, 환호로 바뀌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쿠로오와 켄마와 야쿠와, 그 모든 선수들과 손을 붙잡고 붕붕 흔들더니, 이내 빗자루에 올라타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야쿠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공 받는 것부터 가르치려면 갈 길이 멀겠는걸.”

“그러게.”

야쿠의 말에 쿠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을 겨우 억누른 리에프는 상기된 얼굴로 쿠로오에게 다가와 외쳤다.

“쿠로오 선배, 전 에이스가 될 겁니다!”

그의 말에 쿠로오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리에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일단 수비부터 잘하자고, 수비부터.”


……래번클로가 맞은 첫 번째 변화의 물결이었다.




+) 설정


추격꾼 : 야마모토(5), 이누오카(3), 카이 노부유키(부주장)(4)

몰이꾼 : 쿠로오(5), 리에프(2)

파수꾼 : 야쿠(4)

수색꾼 : 켄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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