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덥다. 오늘은 9월 13일이다. 가을이 막 찾아왔지만, 여전히 해는 뜨겁다. 비가 오고나면 기온이 한 움큼씩 내려간다. 덥다. 사실 더운 건 그것 때문이 아냐.
허벅지를 잡아 벌린다. 내장과 내장이 스치는 감각은 기묘하고도 혼란스럽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서서히 용암 속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목덜미에 숨이 닿는다. 이만큼의 날숨이 이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랍다. 아니, 그런 걸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선배. 부름을 밀어내듯이 그가 안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부르면 그가 싫어한다는 걸 안다. 단지 “졸업한지가 벌써 몇 년이야”하고 무뚝뚝하게 대꾸하는 얼굴이 좋아서. 단단한 팔뚝을 붙잡는다. 열기로 땀이 흐른다. 등이 미끈거린다. 젖은 머리카락이 자꾸만 달라붙는 것을, 그가 한 손으로 쓸어 올린다. 침을 삼킨다.
마음이 부푼다. 익으면 으레 껍질을 튿어내고 살을 드러낸다. 알은 붉다.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할 씨앗들이다. 열이 오르고 눈앞이 흐려지도록 울고 나면 끝이 나는 열병처럼. 그가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오랜 버릇이다.
들뜬 뺨에 닿는 공기가 시리도록 차다. 벌써 가을이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