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아키] 3월의 바람 처음에는 작은 불안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입부한 1학년. 운동신경이 좋네. 그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의 재능은 무서울 정도로 자라나서, 어느새 내가 선 발판을 무너뜨렸다. 17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도 마치 날개를 단 것만 같았다. 코트 위를 도약하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작은 거인-이라고. - “선배. 오늘 끝나고 연습, 도와주실래요?” 준비운동을 하던 중에 그가 물어왔다. 평소에는 아는 척도 안 했으면서. 아키테루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년 같은 얼굴이다. 그러나 그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열등감, 자책, 좌절.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오로지 자신만이 느끼고 있다는 것 역시..
[이와오이] 도화가 피는 날에 동양풍 AU 그건 도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이었다. 사람 좋은 아비가 제 손을 꼭 붙잡고 속닥이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달음박질하여 갔더랬다.토오루, 저 대문을 넘어서면 네 신부가 될 아이가 있단다.키도 작고 손도 작던 어린 날의 저는 들뜬 가슴을 안고 문지방을 넘었다. 그리고 그때 보았다. 사나운 눈매를 한 까무잡잡한 계집애를.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못생겼어.”“……뭐?” 이와이즈미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별거 아냐.”“별거 아니긴. 다 들었는데. 못생겼다고 그랬지, 빌어먹을 오이카와.”“어라, 들켜버렸네-.”“죽여버린다, 네 녀석.” 웃으며 말하는 오이카와를 향해 이와이즈..
[아카보쿠] 그의 뒤에서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에게 시선이 갔다. 항상 들떠있는 텐션, 끝없이 치솟는 자신감. 그런데도 이따금 애처럼 챙겨줘야 하는 부분들.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을 조금씩 끌어당겼던 것 같다. 주장이면서도 막내처럼 구는 점이 좋았다. 스파이크가 성공하면 내지르는 함성도, 힘껏 뛰어오르는 탄력 있는 점프도. 어느 시점, 어느 순간이라고 말하기 어려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시선은 언제가 그를 쫓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말해보지 않으려 한 건 아니었다. 선배, 라는 말은 쉽게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은 언제나 혀 위를 맴돌다가 이내 뱃속으로 다시 삼켜졌다. 어느 배우의 커밍아웃 기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던 그를 보며,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보쿠토 선배,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