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스가] 雨中 무거운 비가 내렸다. 거리의 빛바랜 가로등이 느리게 점멸했다. 검은 아스팔트 위로 물웅덩이가 지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유리창을 스쳤다. 빈 거실에는 서늘한 고요가 감돌았다. 붉은 센서의 빛만이 오롯이 빛나고 있었다. 깨끗한 개수대와 식탁. 하얀 바닥을 드러낸 쓰레기통은 먼지 하나 남지 않은 채였다. 아카아시는 습관처럼 마른 손끝을 매만졌다. 그는 또 보이지 않았다. 가을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더는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 어디로 갔는지 떠올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스웨터 위에 얇은 코트를 걸쳤다. 단단한 신발을 신고, 우산을 하나만 챙겨 문밖을 나섰다. 연락이 없는 연인을 찾아. - 삶의 감각은 아주 오랫동안 타르처럼 흘러내렸다. 짙고 끈적거리는 권태. 어떤 적의들, ..
[리에야쿠] 숲속의 마법사 대륙의 동쪽 끝, 경계의 숲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다고들 했다. 그는 아주 오래전 그 숲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마법사였다. 누군가는 새하얀 수염의 할아버지라고, 누군가는 아주 젊은 미녀라고 말했지만 마법사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숲의 마법사는 용과 거인과 신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의 현실 속에서 잊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름은, 늦은 밤 어린아이의 머리맡에서나 간간이 나오게 되었다. 삐이-! 주전자가 시끄럽게 울었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하품을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와 함께 불이 꺼졌다. 그는 소년도 청년도 아닌 그 중간쯤의 얼굴을 하고, 분홍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슬리퍼를 느리게 끌며 젊은 남자는 녹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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