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 안 된다. 우시지마는 손가락으로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대학교야 이미 붙은 거나 다름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는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후우.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흔들리는 것.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때, 그 라커룸에서.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오이카와의 눈동자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아니, 자신은 그 때 정말 그를 기다리고 있었나? 무엇을 위해서? 우시지마 그 자신도 답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들어온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라커..
우시x오이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 미야기현 봄고 예선이 끝났다. 계절은 어느새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 선선한 바람, 단풍잎, 은행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거리는 마치 수채화 속 풍경처럼 보였다. 구름 한 점 없이 선명한 파아란 빛의 하늘도. 시라토리자와는 현 대표전에서 카라스노에게 왕좌를 건네주었다. 풀세트에 듀스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진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다들 그렇게 수군거렸다. 날지 못하는 까마귀의 부활에 시라토리자와는 중심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그건 우시지마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3학년. 고등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아마도 대학교로 진학하고 나서도 선수로서 뛰겠지만, 마지막 고교 경기라는 점에서 다들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우시지마는 ..
다이x스가 날이 덥다. 뜨겁게 푹푹 찌는 폭염.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땀이 났다. 도쿄 합숙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이전, 기말고사가 있었다. 다들 낙제를 면하려고 필사적이다. “뭐야, 남아서 연습?” 스가와라가 체육관의 문을 열었다. 퉁, 하고 배구공이 체육관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이치는 잠시 한숨을 돌렸다. “응. 나야 좀 여유로우니까.” 그는 테이블로 걸어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열기로 미적지근한 물이었지만, 여전히 달았다. 텁텁해진 입 안을 축이고 나니 쿵쿵거리던 심장도 한결 나아졌다. 스가와라는 교복 단추를 끌렀다. “도와줄까?”“기말고사, 괜찮아?”“당연하지. 내가 다이치보다 점수 높다고.” 스가와라는 하얀 반팔 차림으로, 싱긋 웃었다. 다이치는 입술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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