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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노타나] 레몬에이드와 초콜릿 눈이 부실 정도로 새파란 하늘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다. 이른 아침의 거리에서는 가을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슬슬 쌀쌀해지는 기온에 하나 둘 옷장 속 깊숙한 곳에 있던 가디건을 꺼내 들었다. 카라스노 고교에는 축제가 한달음으로 다가왔다. 은근히 들뜬 분위기가 교정을 맴돌았다. 지지난번 주부터 아이들은 축제 이야기를 화두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2학년 1반은 일일찻집이었다. 옆 반도 하고 옆옆 반도 하는 진부한 테마였다. 똑소리 나는 여자 부반장은 뭔가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야심 차게 ‘여장’ 아이템을 외쳤다. 한 차례 반발과 큰 목소리와 책상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오가고 나서야, 2학년 1반은 여장을 메인으로 한 일일찻집을 계획표로 제출했다. 첫 희생자는 ..
[다이스가] 꽃과 열기 알파오메가/졸업 후/브리드 사이클(러트) 회사에서 돌아온 다이치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텁텁했던 입 안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는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웠다. 오늘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 싶더니, 아무래도 열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이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잘 모르겠다. 그는 서랍에서 전자체온계를 꺼내 귀에 갖다 대었다. 삐-. 짧은 기계음과 함께 액정에 숫자가 나타났다. 높네.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하나. 다이치는 체온계를 넣으며 생각했다. 치밀어오르는 열기 때문인지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방금 전 찬물을 마셨는데도 금세 입안이 뜨거워졌다. 후욱, 하고 느리게 숨을 토해냈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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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쿠로] 심연 학생회장 다이치x남고 남창 쿠로오 루트1) 모범생 띠링- 알림음이 울린다. 쿠로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을 켰다. ‘점심시간.’ 귀찮게, 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신경질적으로 액정을 껐다. 선생의 시선이 힐끔 제 쪽을 향했다. 쿠로오는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에 엎드렸다. 띠링, 띠링. 핸드폰의 알람이 다시 울린다. 반 아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쿠로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야’‘답장 안 해?’ 쿠로오는 느릿하게 타자를 쳤다. 알, 겠, 어. 그리고 전송. 귀찮다. 그는 다시 책상 위에 엎드렸다. 선생이 무어라 잔소리를 하는 것이 들렸다.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아무렴 어때. 2학년으로 올라왔다고 다시 심기일전하는 모양인데, 어차피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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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 안 된다. 우시지마는 손가락으로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대학교야 이미 붙은 거나 다름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는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후우.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흔들리는 것.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때, 그 라커룸에서.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오이카와의 눈동자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아니, 자신은 그 때 정말 그를 기다리고 있었나? 무엇을 위해서? 우시지마 그 자신도 답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들어온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라커..
우시x오이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 미야기현 봄고 예선이 끝났다. 계절은 어느새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 선선한 바람, 단풍잎, 은행잎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거리는 마치 수채화 속 풍경처럼 보였다. 구름 한 점 없이 선명한 파아란 빛의 하늘도. 시라토리자와는 현 대표전에서 카라스노에게 왕좌를 건네주었다. 풀세트에 듀스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진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다들 그렇게 수군거렸다. 날지 못하는 까마귀의 부활에 시라토리자와는 중심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그건 우시지마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로 3학년. 고등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아마도 대학교로 진학하고 나서도 선수로서 뛰겠지만, 마지막 고교 경기라는 점에서 다들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우시지마는 ..